February 27, 2011

진심이 오가는 자리에서 홍 형이 내게 말했다. 너는 착한게 문제야. 마음이 '너무' 착해. 그 전까지 웃던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내 앞의 호인이 나를 얼마나 모르는지 잘 알기에, 난 그렇지 않다는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기에. 
위선과 위악의 경계는 어디일까.

February 25, 2011

dove sono

2월의 어느 날.



서세옥 '사람들 (People)'



William Turner 'Snowstorm'



박서보 'Ecriture (描法)'


독거노인은 오늘도 보르헤스를 읽는다.

하루, 때로는 삶이다.

February 23, 2011

이토록 보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또는,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한 적이 없었다.
심바 꿈을 반복하여 꾼다.

꿈은 매우 생생하며 구체적이다. 안았을 때의 중량감, 쓰다듬을 때의 촉감은 꿈에서 깨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내게 남는다. 

보고싶은 심바, 얼마 전 가출을 감행한 심바, 새로 이사한 집을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심바, 목욕할 땐 얌전한 심바, 혼자선 잠들지 못하는 심바, 최근 과체중으로 식이요법이 필요한 나의 심바. 

하루에도 열 번 이상 사진을 본다. 집에 연락하면 언제나 오래도록 심바 소식을 묻고 듣는다.

잘해주지 못했던 일들만 생각난다. 만나면 꼭 안고 앞 발을 깨물어주고 싶다.

February 19, 2011

마음누더기

세종기지는 압축된 이별의 공간이다.

많던 하계대는 눈과 함께 모두 사라진다.

깊은 정을 나눈다. 고립된 공간, 얼어붙는 경계심, 따뜻한 입김, 농밀한 시간.
한 달 내외의 기간동안 공유하는 질펀한 한국적 정의 향연.
국내의 일상에선 겪지 못할 각종 '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극소수를 제외한) 그들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 이 곳에서도, 그 곳에서도.

한 집단이 떠난다. 다음 하계대가 온다. 떠나고, 오고, 떠나고.
3달이 지난다. 3번 이상의 결별을 한다. 그 이상의 정을 함께 실어 보낸다.

다시 볼 약속을 하며 모두 안다. 우리는 여기까지. 공유하는 시간도, 추억도 여기까지.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깊은 정을 나눈 사람들과 영원한 이별을 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정을 주지 않으리라 매번 생각하나 쉽지 않다.
이 곳까지 흘러온 사람들은 서로 공명 비슷한 것을 하는지도 모른다.

3월이 온다. 함께 12월도 온다. 기다리지 않지만, 기대한다.

petra


시간이 떠민다.

seals

웨델 해표/ Weddell Seal








코끼리 해표/ Northern Elephant Seal





부럽고 부드러운 그대.

February 17, 2011

온실


 상추


엔다이브


고추


잎쌈배추


적갓


적치마상추


적치커리

February 14, 2011

비로소 해방되었다. 확실히 타자는 자신의 거울이었다. 나의 변화를 다시금 실감한다.
24시간 타인의 시선에 둘러쌓인 이 곳에서 억센 자유를 느낀다.

빠지기 쉬운 오류.
이 일이 하고 싶어. 그래서 한다. 다른 이유는 없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하는거다? 
노노. 넌 그 일이 왜 하고 싶지? 왜?
재밌으니까. 땡
궁금하니까. 땡
그냥. 땡
숭고한 블라블라 땡땡땡
행복하니까. 글쎄? 과연?

수많은 왜 끝엔 다른 누군가가 있다. 너의 가면을 쓰고, 너의 목소리를 내며.

욕망을 정제한 후, 홀로 직면하기란 쉽지 않다. 스스로가 너무 속물같아 낯뜨겁거든.
놓는다. 이 나이엔 너무 빠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더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초라하게 단단해지겠구나. 처연히 행복하겠구나. 두근거리는 여생!
힘든 주말이었다. 일도 많았고, 일도 많았다. 이 생활에서 평정심마저 잃어버린다면 내겐 낙이 없다. 내가 나를 관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내게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생각을 하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믿기 어려웠다.

바람직한가? 자문한다. 흔한 말이 무겁다.

February 7, 2011

빈 수레

자의로 설친 것은 아니었다. 먼 곳에서 돌아온 내 목소리가 낯설다. '영하 55도의 추위와 맞서고' 있지 않아 민망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수많은 팔로어를 보유한 트위터 속 유명인'이 아니다. '진심어린 소망'은 맞다.


 CBS 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NEWS SHOW) 인터뷰

http://www.cbs.co.kr/radio/pgm/aod_view.asp?pgm=1378&mcd=_REVIEW_&num=184678&page=

<설특집> IT가 사회를 바꾼다 ...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 한국은행의 독립성 /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의 설 풍경

<1부>

[포인트 뉴스] - 편집부 최승진 기자
[도로 & 기상 상황] - 도로공사 이영미  & 기상청 이수경
[포털 뉴스] - 네이트 최동미
[택시 뉴스]
"고향에서 가족의 온정을 듬뿍 느끼고 왔습니다!"
*** 아침종합뉴스 ***

<2부>

[인터뷰]  설특집 <IT가 세상을 바꾼다>
③ IT가 사회를 바꾼다
-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3부>

[Why 뉴스]
한국은행은 왜 독립성을 의심받을까?
- 보도국 김학일 기자

[화제의 인터뷰]
"세종기지의 설날... 합동차례를 지내며, 고향을 그리워합니다"
- 남극 세종기지 김氏


  한국경제 매거진 140자 인터뷰

http://magazine.hankyung.com/apps/news?popup=0&nid=05&c1=5099&nkey=2011011900009120695&mode=sub_view


[140자 인터뷰] “새해, 당신의 소망은 무엇입니까?”

새해 트위터 속 세계는 금연, 금주, 취업 등 새해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작심삼일’이라는 고질병에 대한 명쾌한 처방도 인기다. “새해 작심삼일은 마음먹기를 3일에 한 번씩 하면 1년 내내 지킬 수 있다”는 한 직장인의 글은 200명이 넘는 사람이 리트윗(Retweet, 함께 보기)을 했다.

수많은 팔로어를 보유한 트위터 속 유명인들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2010년 12월 13일부터 5일간 30명에게 “신년에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나 계획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좋은 신랑감을 찾고 싶다는 아나운서, 무려 11개의 신년 계획을 세운 ‘행복당’ 총재, 대국민 화합을 꿈꾸는 국회의원과 영화배우,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동료 대원들을 걱정하는 의사 등을 만날 수 있었다.






“건강이 제일 아니겠어요?”
SBS 김성준 앵커는 항상 새벽 4시 30분에 출근한다. 아침 6시부터 방송되는 ‘출발 모닝와이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 “새벽 출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앵커는 “아침 뉴스를 진행하다 보니 저녁 약속을 잡기가 두렵지만 일이 재밌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런 김 앵커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 그는 두 가지 신년 계획을 들려주었다.

“새해에는 뉴스를 혁신적으로 바꿔보고 싶습니다. 시청자에게 친화적이고 쌍방향적이며, 단순 사실 전달보다는 해석과 전망이 돋보이는 뉴스로요. 지상파 뉴스가 살길을 모색하는 작업의 일환이죠.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 시작한 검도 초단 자격증을 따는 거예요.”

김 앵커와 트위터 인터뷰가 끝나자 곧 점심시간이 됐다. 점심에는 여의도에 있는 냉면가게에서 KBS 박사임 아나운서와 트위터로 합석을 했다. 박 아나운서는 “역시 겨울냉면이 최고”라며 냉면 사진을 트위터로 올렸다.

식사를 끝낸 박 아나운서에게 새해 소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박 아나운서는 “늘 새해 소망은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몸과 마음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는 것이 신년 소망이지만 2011년에는 특별히 좋은 배우자를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타 공인 스키 마니아로 통하는 드림위즈 박순백 부사장은 “새해에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하는 운동은 모두 스키를 잘 타기 위한 ‘크로스 트레이닝’. “로드 바이크, MTB를 열심히 타서 2011년 겨울 스키 시즌에는 좀 더 강한 체력으로 스키를 타고 싶다”는 것이 박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회사 일을 잘하려고 해도 일단 체력이 받쳐줘야 하기에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했다.

행복경영연구원 송영대 소장은 6개의 직함을 갖고 있다. 그는 트위터 속에서 창당한 ‘행복당’의 총재, 성공자치연구소의 전임교수, 한국수양부모협회 이사, 칼럼니스트, 자기계발 강사다. 이런 송 소장의 신년 소망은 그의 직함처럼 많았다. 그는 11개의 신년 계획을 들려주었다.

“신년 계획은 동기부여 강사 되기, 월 10회 이상 강연하기, 도서 출간하기, 칼럼 기고하기, 트위터 10만 트친님 만들기, 주말마다 등산하기, 주 1회 특강 듣기, 좋은 분들과 인연 맺기, 매일 비전 글쓰기와 비전 보드 보기, 감사 노트 쓰기 실천하기 등이에요.”

“내일이 좀 더 멋진 나를 꿈꾼다”
전 신도림 테크노마트 상무였던 신호철 씨는 최근 ‘트위터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는 ‘트윗캠프’라는 기업 트위터 전략 컨설팅 기업의 대표다. 또 ‘트위터 비즈니스’라는 책을 출판했다. 신 대표의 새해 소망 역시 ‘트위터’였다.

“‘트위터로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고 싶다’라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내 이야기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경청하고 내가 먼저 변화하는 소통의 시대가 열렸으면 합니다.”

신 대표처럼 한국의 소통과 화합을 소망하는 국회의원도 만날 수 있었다. 한나라당 사무총장 원희룡 의원은 “소통과 화합이 가장 절실하며 상대적 빈곤과 사회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경제발전 모델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정치 비전이 담긴 신년 소망을 들려주었다.

‘국민의 명령’이라는 정치 연대를 이끌고 있는 영화배우 문성근 씨는 “새해에는 ‘서로 조금 다르고 부족하더라도 넓게 손잡고 서로 아끼며 도우며 살자’라고 많은 분들이 다짐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라마 ‘추노’에서 ‘최장군’으로 인기를 끌었던 배우 한정수 씨. 최근 한 씨는 KBS드라마 ‘근초고왕’에서 호위무사 복구검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촬영 도중 쉬는 시간을 이용해 트위터를 하고 있던 한 씨에게 새해 소망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2010년은 제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11년은 더욱더 중요한 해인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배우 인생에 중요한 발자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 그런 발자취들이 한정수란 배우를 만들어 갔으면 해요. 2011년은 배우로서 입지를 굳히는 해가 되었으면 하네요.”

2010년 12월 15일,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시상식에 참가한 엄지원 씨는 영화배우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그런 엄 씨에게 축하의 인사와 함께 새해 소망을 물어보았다.

“12월 15일, 2010년이 보름 남았네요. 이제 2010년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다가올 2011년의 목표를 세워야죠.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일의 좀 더 멋진 나를 꿈꾸는 것이 아닐까요?”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남극 대륙 북쪽에 있는 한국 최초의 남극 과학기지로 1988년 설립됐다. 2010년 제24차 월동연구대가 파견된 남극 세종과학기지는 남극 자원 개발, 해저지형 및 지층 탐사, 육상 동식물 분포 조사 등을 하고 있다.

서울에서 약 1만7240km 떨어진 남극에서 영하 55도의 추위와 맞서고 있는 월동연구대의 의사 김씨를 트위터로 만났다. 김 씨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모든 대원이 즐겁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진심어린 소망을 말했다.

글 이재훈 인턴기자 hymogood@hankyung.com

new waaave

남극세종과학기지 도서실에 로저 젤라즈니(Roger Zelazny)가 있다. 쥘 베른(Jules Verne)도 오지 못한 곳인데.

February 6, 2011

오스카 와일드
미시마 유키오
쥘 베른
체홉
키에르케고르
켄 키지
제임스 조이스
레이 브래드버리
데카르트
샘 셰퍼드

1

 라디에이터 사이로 물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문득 주위를 둘러본다. 낡고 더러운 커튼, 먼지 쌓인 책상, 방을 가로지르는 빨랫줄 사이로 잠글 수 없는 문이 놓여 있다. 녹슨 라디에이터 속 뜨거운 물이 그의 혈액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더듬어 신을 찾는다.

-오늘도 입김이 나.
-무슨 말이야?
-연락은?
-직접 가봐.

도피한지 몇 년이 지났다.

February 5, 2011

죄 사함

 그렇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 사물, 행위, 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질 것이다. -p399

취향과 증오의 신화

 내가 얼마나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가 하면, 누가 자기는 무어가 좋고 무어가 싫다는 등의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으면 그것을 절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이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나는 단 한순간이라도 헬레나가 청결하고 환기가 잘된 레스토랑에서보다 이렇게 답답하고 지저분한 싸구려 식당에서 숨쉬기가 더 편하다고 생각하거나, 좋은 포도주보다 싸구려 술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선언이 내게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벌써 오래전에 유행이 지나긴 했으나 열광적인 혁명의 시절, <평범한 것>, <서민적인 것>, <단순한 것>, <시골 분위기가 나는 것>이면 모두 정신을 잃을 만큼 좋아하고 <세련됨>이나 <우아함> 같은 것은 덮어놓고 경멸했던 그 시절에 한창 꽃피웠던 그런 어떤 의식적인 취향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p258

 어떤 사람들은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을 외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그에 반대하여, 우리는 개별자로서만 개개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타당한 주장을 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며, 사랑에 대한 그 말이 증오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덧붙이고 싶다. 인간은, 균형을 갈구하는 이 피조물은, 자신의 등에 지워진 고통의 무게를 증오의 무게를 통해서 상쇄한다. 그러나 이 증오를 순수히 추상적인 원리들, 불의, 광신, 야만성에 집중시켜 보라! 아니면 당신이 인간의 원리 자체마저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면, 인류 전체를 한번 증오해 보라! 이런 증오는 너무나 초인간적인 것이며,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분노를(인간은 이 분노의 힘이 한정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가라앉히고자 할 때 결국 분노를 한 개인에게만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법이다. -p373

..미루어진 복수는 환상으로, 자신만의 종교로, 신화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그 신화는 날이 갈수록 신화의 원인이 되었던 주요 인물들로부터 점점 더 분리되어 버린다. 그 인물들은 사실상(자동 보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움직인다)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닌데, 복수의 신화 속에서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채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p396

시간의 해독

 이 마지막 얼굴이 진짜였을까?
 아니다. 모든 것이 진짜였다. 나는 위선자들처럼 진짜 얼굴 하나와 가짜 얼굴 하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젊었고, 내가 누구인지 누가 되고 싶은지 자신도 몰랐기 때문에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얼굴들 사이에 존재하는 부조화가 내게 두려움을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중 어느것에도 꼭 들어맞질 않았고, 그저 그 얼굴들 뒤를 맹목적으로 이리저리 헤매다니고 있었다.) -p49

..내게 남은 것은 시간뿐이었다. 그런데 이 시간, 그것을 나는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 더 내밀하게 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예전에 내가 알았던 시간, 일로 사랑으로 온갖 노력들로 탈바꿈된 그런 시간, 내가 하는 일들 뒤에 살그머니 숨은 채 얌전히 있어서 그저 무심코 받아들였던 그런 시간이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옷을 다 벗고, 그 자체로, 자신 본래의 진짜 모습으로 내게 오고 있었고, 나로 하여금 그것을 자신의 진정한 이름으로 부르게 만들어(이제 나는 순수한 시간, 순수하게 텅 빈 시간을 살고 있었으므로), 내가 단 한순간도 그것을 망각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그것을 생각하고 끊임없이 그 무게를 느끼도록 하고 있었다.
 음악이 들릴 때 우리는 그것이 시간의 한 양태라는 것을 잊은 채 멜로디를 듣는다. 오케스트라가 소리를 내지 않게 되면 우리는 그때 시간을 듣게 된다. 시간 그 자체를. 나는 휴지(休止)를 살고 있었다. 물론 오케스트라의 (약정된 기호에 의해 명백하게 그 길이가 한정되어 있는) 휴지가 아니라 한정이 없는 휴지를. ..-p80

..나는 아주 회의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비합리적인 미신이 내게 남아 있는데, 내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그 자체 이상의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어떤 것을 <상징>하고 있다는 묘한 믿음이 그런 것이다. 삶은 삶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우리에게 말을 하고 점진적으로 어떤 비밀을 드러내 보여준다는 믿음, 삶은 해독해야 할 수수께끼로서 주어지는 것이라는 믿음, 우리가 겪는 일들은 동시에 우리 삶의 신화를 형성하며 또한 이 신화는 진실과 불가사의의 열쇠를 모두 지니고 있다는 믿음. 그것은 환상일 뿐일까? 그럴 수도 있다, 틀림없이 그럴 것 같기까지 하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의 삶을 계속해서 <해독>해야만 하는 이런 욕구를 억누를 수가 없다. -p234

just fjords


The Anti-cruise: No Bingo, No Karaoke, Just Fjords

Midnight Sun, Northern Lights: Hurtigruten Ships Carry Travelers, Fish Along Norway's Fjords

simulacre




나와 생각이 일치하(다고 생각되)는 사진가의 글을 보았다.
내가 펭귄 사진을 내켜 찍지 않는 이유. 하나의 유빙을 몇 시간이고 탐닉하는 이유.

빙하는 또 하나의 이데아.
 

사진가의 글 일부를 옮겨 기록한다. 전문: http://su.pr/2VPTKF

Ice: A Photo Essay
I know that everyone wants photos of penguins, but I thought that I’d drag out the process a little bit on this one.  Instead, here is a photo essay of Ice. Yes, you heard that right.  Sometimes inspiration in photography is drawn from subjects you might not expect, but the ice in Antarctica shows an amazing character.  Each iceberg, each glacier, and each floating sheet shows a different journey towards creation.  Like a finger print each piece of ice is different to the others as the powerful ocean carefully carves each and every section.  And like a child who sees shapes in the clouds, visitors to the Antarctic can’t help but spot ducks, whales, and cars in the ice.

이 사진가의 글 하나 더. How to Photograph Antarctica


하지만 결국 無로, 다시 無로. 너의 영원회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