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0, 2013

  하얀 여백이 부담스럽습니다. 글은 무섭고, 시간은 버겁습니다. 그래도 난 마음이 없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모두를 기억하며 모든 일을 추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난 어디에 있나요. 그리하여 난 어디에 머무를까요. 갈 길이 멀어 뛰는데 이상하게 등이 아픕니다. 채찍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아 더 뛰다 날다 합니다. 공작은 화려하며 냄새나고 앵무는 화려하며 모방하고 솔개는 화려하며 잔인합니다. 이렇게 무의미한 단어들로 채운 공간, 저의 지난 30년입니다. 매년 찾아오는 겨울이 없었다면 누가 절 덮어줄까요. 언젠간 지워질 글, 사라지기에 의미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