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8, 2012

Sebaldian

전설에 따르면 나의 수호성인은 다키아(고대에 다키아인이 살던 지역으로 현재 루마니아 영토다) 혹은 덴마크 출신의 왕자였는데, 빠리에서 프랑스 여왕과 결혼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식 날 밤, 그는 지극한 무상의 감정에 휩싸였다고 한다. 자료에 따르면 그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봐, 오늘은 우리 몸이 이렇게 꾸며져 있지만, 내일이면 벌레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지. 여명이 밝아오기 전에 벌써 도망 길에 오른 그는 남쪽 이딸리아로 순례를 떠나 거기서 은둔자의 삶을 살다가 이윽고 자신 안에 기적을 행할 수 있는 힘이 생겼음을 느꼈다. ... 어쨌든 나의 수호성인은 나중에 레크니츠 강과 페그니츠 강 사이의 라이히스발트(뉘른베르크 근처의 숲지대)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기적을 행하고 병자들을 치유한 끝에 자신이 죽기 전에 남긴 뜻대로 두 마리의 충직한 황소가 끄는 수레에 실려 지금도 그의 무덤이 있는 그곳으로 옮겨졌다. -p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