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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18, 2013

4

이런 밤엔 글을 써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낡은 노트 먼지 툭툭 털고 앉아 처음부터 한 장씩 넘겨 보다, 마침내 빈 페이지가 나오면 노트를 가슴에 꾸욱 품겠다고도.

어떤 글을? 무슨 내용을?
그에게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모든 글자를 눌러 쓰겠다고 결심했을 뿐이었다. 쓰던 노트, 쓰던 펜이었으나 새로운 글일 터이니.

April 1, 2011

3

 쇠락한 신전을 떠올리며 걷는다. 눈은 가혹하고, 그만큼 외설적이다. 더듬으려 앞으로 뻗은 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뒤를 돌아본다. 발자국이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이 곳에 그가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등대가 필요한 땅이군.

 목소리조차 하얗다.

March 10, 2011

2

태양의 활동이 가장 강한 시기라고들 했다. 어쩌면 오늘은 나타날지도 모른다고들 했다. 기대에 부응하듯 호기롭게 말을 뱉었다.

- 오로라를 볼 수 있다면 이 곳에 좀 더 있어도 좋아.
- 좀 더?
- 길게는 6개월 정도.
- 글쎄.

신하의 마음으로 밤을 맞았다. 제법 추운 밤이었다. 구름은 없었다. 바람은 언제나처럼 강했고, 그 사이로 먼 짐승의 꿈이 언뜻 보이는 듯도 하였다. 

그렇게 유성을 몇 번인가 흘려보냈다. 

February 6, 2011

1

 라디에이터 사이로 물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문득 주위를 둘러본다. 낡고 더러운 커튼, 먼지 쌓인 책상, 방을 가로지르는 빨랫줄 사이로 잠글 수 없는 문이 놓여 있다. 녹슨 라디에이터 속 뜨거운 물이 그의 혈액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더듬어 신을 찾는다.

-오늘도 입김이 나.
-무슨 말이야?
-연락은?
-직접 가봐.

도피한지 몇 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