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8, 2013

열린문학에서 나온 '순수의 시대'를 읽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책 날개에 저자 이디스 워튼을 소개해 놓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 1885년 작은오빠의 친구인 에드워드 로빈스 워튼과 결혼하였으나, 여행을 좋아한다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는 에드워드와의 열정 없고 불행한 결혼 생활은 결국 1913년 28년 만에 이혼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

28년을 함께 살았다. 둘 다 여행을 좋아했으니 세계 여러 곳을 함께 다녔을 테고, 얼마나 많은 것을 함께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었을까. 그러했든 그렇지 아니했든,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를 공유한 그들의 결혼 생활을 단지 이혼을 했다는 이유로, '결국.. 막을 내'렸다고 표현하다니.

글 쓴 너, 연애 안 해봤구나?

Araki x Chiro

Nobuyoshi Araki와 그의 고양이 Chiro의 사진을 보다 너무 슬퍼졌다.
심바 사진 많이 찍어야지. 많-이.


















힘들겠다 아라키.
행복하겠다 치로.


February 18, 2013

4

이런 밤엔 글을 써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낡은 노트 먼지 툭툭 털고 앉아 처음부터 한 장씩 넘겨 보다, 마침내 빈 페이지가 나오면 노트를 가슴에 꾸욱 품겠다고도.

어떤 글을? 무슨 내용을?
그에게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모든 글자를 눌러 쓰겠다고 결심했을 뿐이었다. 쓰던 노트, 쓰던 펜이었으나 새로운 글일 터이니.

February 14, 2013

 "넌 평생 심바밖에 사랑할 수 없을 거야"라고 말하던 사람도, "내가 널 사랑하면 도망갈 거야?"라고 묻던 사람도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지 너무 오래 되었다. 세상에 과연 존재하는 단어인지? 실체하는 개념인지? 차라리 희생과 헌신이 더 쉽게 느껴진다.

February 10, 2013

智慧

이제 그는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현명하고 긍지에 차 있었던 시선이 아니었다. 그 대신 한결 온화하고, 한결 호기심과 관심을 가진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평범한 부류의 여행자들을 건네 줄 때나 소인들, 상인들, 무사들, 여자들을 건네 줄 때마다, 이런 사람들이 그렇게 생소하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고와 분별에 의해서가 아니고 오로지 충동과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그들과 견해를 같이 하였으며 그들과 같은 느낌을 가졌다. ..그들의 허영심, 그들의 탐욕, 그들의 유치함이 그렇게 우스꽝스럽지가 않고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고, 사랑하게 되었고, 심지어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 외아들에 대해 우쭐하는 아버지의 어리석고 맹목적인 자만, 젊고 허영심에 가득 찬 여인이 치장을 하고 남자의 눈을 끌려는 분수 없는 맹목적인 노력, 이같은 모든 충동, 이같은 모든 유치함, 이같은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은, 그러면서도 무섭게 강렬하며 힘차게 살아 나가려는 충동과 탐욕도 지금의 싯달타에게는 이미 어린애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인간들이 그것들로 인하여 살아간다는 것을, 그것들로 인하여 무한한 것을 이룩해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 이 인간들의 맹목적인 충실 속에는, 그들의 맹목적인 강인함과 집요함 속에는 사랑스럽고 감탄할 만한 요소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결여된 것이 없었다. 사고하는 지자(智者)가 그들보다 나은 점이란 단 한 가지, 의식하고 있다는 것, 모든 생의 단일성을 의식하여 사유한다는 것뿐, 그밖의 다른 아무것도 없었다.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