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5, 2011

".. 희생 없는 선택은 없더라. 기회만 찾으려고 하다 보면 평생 선택 못하고 죽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답은 이 세상 누구도 줄 수 없다. 멘토도 줄 수 없다. 자기가 찾아야 된다. 저 같은 경우에는 3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 번째,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과거는 잊어야 된다. 사람이 열심히 살게 되면 뭐를 가지게 된다. 다음에 이어지는 모든 선택은 이것을 놓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려고 하다 보니 좋은 선택을 하지 못하고 망가지는 경우들이 많다. 고생하다가 성공 하면 그 노하우에 감정적으로 밀착이 돼버린다. 그러나 주위상황이 바뀌면 그 전까지의 성공 노하우는 더 이상 진실이 아니게 되는 순간이 온다. 성공 노하우와 감정적으로 분리가 안되서 계속 그 방법을 고집하다가 결국은 회사가 안 좋아진다. 정말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과거를 잊어야 되더라. 실패뿐만 아니라 성공도 잊어야 된다.

 두 번째, 주위사람 평판에 너무 연연하면 안 된다. 카이스트에서 어떤 학생이 부모님 말씀만 듣고 과를 선택했는데, 결국은 3학년 되어서 용기도 안 나서 점점 더 시들어가는 걸 봤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자살도 있었다. 단기적인 행복을 위해서 선택 하게 되는데, 결국은 본인도 불행하고 주위사람들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세 번째, 결과만 놓고 미리 욕심내면 안 된다. 사업을 해보니까 열심히 해도 실패하고, 열심히 안 해도 성공하더라. 결국 내가 성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몫은 아무리 많아도 3분의 1정도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 즉 한국사회가 저한테 여건을 제공해 준 몫이 최대한 3분의 2정도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몫은 다 내꺼야’ 하며 성공을 독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사회 전체를 위한 본연의 일에 충실하다보면 수익창출은 결과로서 자연스럽게 도출될 뿐이다. 수익창출이 목적이 되면 안 된다.

 이 3가지 원칙을 가지니까 복잡한 판단들이 다 없어지고 본질만 남더라. 결국 본질이라는 것은 이것 아닌가? 어떤 선택이 나한테도 의미가 있고, 내가 재미를 느끼고 열정을 갖고 지속할 수 있는 일이고, 욕심으로서가 아닌 내가 정말로 잘할 수 있는 일인가. 30대 초반에 6개월 동안 치열하게 고민해서 나름대로 얻었던 저의 원칙이다."

May 19, 2011

 인간의 심리만큼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없다. 지금 주인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인지, 들떠 있는 것인지, 또는 철학자의 유서에서 한 가닥 위안을 구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다. 세상을 조롱하고 있는 것인지, 세상에 섞이고 싶은 것인지,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나 있는지, 세상에 초연한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p30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아침

청바지를 입었다. 6개월 만이다. 내 옷의 색이 이랬구나.

May 16, 2011

want to escape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한하며 영원하고, 그렇기에 변화하는 설원을 바라보면 마구 뛰고 싶을 때도 있다.

May 14, 2011

기호의 이동

 동생에게 서동욱 교수의 신간을 부탁하였다. 기대되는 대목은 '레비나스,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인가 신의 흔적인가'와 '라캉, 우리의 삶을 이끄는 욕망의 비밀은 무엇인가', 그리고 '들뢰즈, 어떻게 삶을 긍정할 것인가'. 원전(text)은 그대로인데 나만 변해간다.

꼬리 물기

 장 그르니에(Jean Grenier) 전집을 훑은 후 다시 '섬(Les Iles)'을 펼쳤다. 최근 은혜가 메일에서 지드(André Gide)를 인용하였는데, 생각이 꼬리를 물다 결국 '섬'-정확힌 '섬들'-에 관하여 쓴 까뮈(Albert Camus)의 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알제리에서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충격, 이 책이 내게, 그리고 나의 많은 친구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오직 지드의 '지상의 양식(Les nourritures terrestres)'이 한 세대에 끼친 충격 이외에는 비견할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섬'이 우리들에게 가져다 준 계시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지드的인 감동은 우리들에게 찬양의 감정과 동시에 어리둥절한 느낌을 남긴 것인 반면에, 이 책이 보여준 바는 우리들에게 알맞는 것이었다. ..(중략)
 ..'지상의 양식'이 감동시킬 대중을 발견하는 데 이십 년이 걸렸다. 이제는 새로운 독자들이 이 책을 찾아올 때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그 독자들 중의 한 사람이고 싶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

 책에 실린 글 중 특히 '고양이 물루(Le Chat Mouloud)'를 반복하여 읽었다. 매일 잠들기 전 침대 속에서 한 장씩, 또는 두 장씩 아끼며 읽다 보면 가끔은 나의 고양이가 발치에 머무르기도 하였다.
 한 문장 옮겨 적는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알랭 바디우는 '사랑 예찬(Eloge de l'amour)'에서 이렇게 말했다.

 「.. 철학자란 정통한 과학자이자 시의 애호가이며 정치적 투사임에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랑의 격렬하고도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사유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가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나는 주장한 바 있다. 철학이 제 주제와 관련되어 요구할 역할이란 대개 학자, 예술가, 투사 그리고 연인이다. 나는 이것을 철학의 4대 조건이라 일컫은 바 있다. ..」

May 10, 2011

간밤엔 많이 아팠다. 고열에 들떠 뒤척이며 여러 꿈도 꾸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꿈도 있었다.

우루과이 기지의 의사가 바뀌었다. 나의 친구 Enzo는 몬테비데오로 돌아가고, Patricia라는 의사가 새로 왔다고 한다. 러시아 기지의 Petr도 가고, 남은건 칠레 기지의 Pastor 뿐. 나도 모르게 남극의 고참 의사가 되어간다.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May 4, 2011

모르겠다


2월, 어느 저녁
내가 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그들은
왜 웃었나.
먹고, 마시고
왜 웃었을까.
다들 먼 길 와주어
고마웠는데
어찌하여 돌아가지 않고
재차 먹고 마시며
웃었던걸까.
'오뎅탕 10,000원'이어서 그랬던걸까.

May 2, 2011

my pin-up lady



출처 대상 기분좋은 만남 글 차승진 사진 김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