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14, 2011

꼬리 물기

 장 그르니에(Jean Grenier) 전집을 훑은 후 다시 '섬(Les Iles)'을 펼쳤다. 최근 은혜가 메일에서 지드(André Gide)를 인용하였는데, 생각이 꼬리를 물다 결국 '섬'-정확힌 '섬들'-에 관하여 쓴 까뮈(Albert Camus)의 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알제리에서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스무 살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충격, 이 책이 내게, 그리고 나의 많은 친구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오직 지드의 '지상의 양식(Les nourritures terrestres)'이 한 세대에 끼친 충격 이외에는 비견할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섬'이 우리들에게 가져다 준 계시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지드的인 감동은 우리들에게 찬양의 감정과 동시에 어리둥절한 느낌을 남긴 것인 반면에, 이 책이 보여준 바는 우리들에게 알맞는 것이었다. ..(중략)
 ..'지상의 양식'이 감동시킬 대중을 발견하는 데 이십 년이 걸렸다. 이제는 새로운 독자들이 이 책을 찾아올 때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그 독자들 중의 한 사람이고 싶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

 책에 실린 글 중 특히 '고양이 물루(Le Chat Mouloud)'를 반복하여 읽었다. 매일 잠들기 전 침대 속에서 한 장씩, 또는 두 장씩 아끼며 읽다 보면 가끔은 나의 고양이가 발치에 머무르기도 하였다.
 한 문장 옮겨 적는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알랭 바디우는 '사랑 예찬(Eloge de l'amour)'에서 이렇게 말했다.

 「.. 철학자란 정통한 과학자이자 시의 애호가이며 정치적 투사임에 분명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랑의 격렬하고도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사유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그가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나는 주장한 바 있다. 철학이 제 주제와 관련되어 요구할 역할이란 대개 학자, 예술가, 투사 그리고 연인이다. 나는 이것을 철학의 4대 조건이라 일컫은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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