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9, 2017

유배된 시인
- 신현림


괴롭고도 큰 나이구나 서른셋
슬픔으로 슬픔을 해탈할 나이 서른셋
서른세 번의 봄이 와도
몸은 시베리아일 수 있느냐

물항아리에 잠긴 세상과 내 얼굴을 꺼내 읽고
그것이 한다발 시의 심장으로 피게
나는 긴 밤으로 유배돼왔다.

일생은 가슴에 횃불 하나 심어
순교하듯 일하고
사랑하는 이의 몸 속에 가을 무덤을 파는 것
가라앉는 밤바다에
온몸으로 저무는 것이다

나는 고된 노동 끝에 떠오른
만월 같은 밥으로 언 몸을 밝히고
사람을 그리워하기 위해 사람으로부터 떠나며
세계를 끌어안기 위해
강철 밤바다에 창을 뚫는다

목숨을 끊고 싶도록 쓸쓸한 밤에
꿈 속에서 뛰어나오는 야생의 아이들은
폐허에서 죽은 자들을 불러 노래부른다

선택

좌충우돌 힘든 길만 골라 걷다 여기까지 왔다. 늘 재미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나이를 먹고, 현실을 알고,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의 무게를 알게 되었다.
죽음을 너무 많이 봤다. 그때마다 마음이 뚝
뚝 떨어져 나가, 어느 순간 녹슨 철근같은 눈빛으로 산 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흘려 듣는다.
암, 외상, 보더콜리.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단어를 소리내어 읽어 본다. 그 사이 어디에 나의 길이 있다. 루소든 반더러든 아무튼 우리는 걷는 것이다. 재미있게.

내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