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8, 2010

popper

내게 2010년 12월은 칼 포퍼(Karl R. Popper)의 달이었다. 12월 1일 남극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읽었던 책,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그 후 '추측과 논박 (Conjectures and Refutations)', '우리는 20세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The Lesson of This Century)' 까지.

04년 '역사주의의 빈곤 (The Poverty of Historicism)'를 읽고 난 후 한동안 외면하였던 포퍼, 왜 나는 이 시점에서 다시 그를 찾았는지? 대학에 갓 들어갔던 04년과 남극에 갓 들어온 10년이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건지? 예전보다 그에게 더 동의하게 되었다면 내가 변한건지, 시간이 흐른건지, 처한 장소와 상황 때문인건지?


평온한 월동 생활을 위해서라도, 2011년엔 읽지 않아야겠다.

December 27, 2010

glacier


12/16, pm 10:30.

antarctica


여름.

December 26, 2010

낙서들

2007년부터 사용하던 sns 가 문을 닫았다. 기존의 미니홈피 등과는 다르게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그 곳의 존재를 알려주지 않았고, 익명성을 바탕으로 나만의 솔직하고도 순간적인 생각들을 기록하던 곳이었다.

'rosinante'의 3년, 여기에 남긴다.


200710

내겐 조금 혹독한 2007년이었다. 시간은 흘렀고, 흐르고, 나는 어느새 2008년과 그 너머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로시난테는 그저 풍차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 낙엽을 밟고 싶다.

종익이와 한강 다리를 전력 질주하여 건넜다. 그 후로도 걷고 걷다보니 어느새 뚝섬! 우리는 다시 강을 건너 돌아갈 길이 막막하여, 지하철로 돌아왔다.

배가 고프기 때문에 이를 닦아야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과 비슷한 느낌이구나.. 내일은 공부를 해야만 한다. 목,금,토,일요일을 위한 수요일의 희생! 널 기억하리라~

한화의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다. 대전에서 하여 차마 보러가진 못하였으나, 티비 앞에서라도 열렬히 응원하리라! 특히 노장들(진우형, 대성이형)이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이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공 하나 하나에 실리면 그 누가 쳐낼 수 있으리오.

나는 너를 이해하는 데 1초가 걸렸다. - '주석 없이' 中, 유홍준

한화는 결국 졌다. 진우형은 등판하지 않았다. 나는 친구들과 맥주를 마셨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일찍 자고 새벽에 좀 더 일찍 일어나야지. 외롭고도 훈훈한 가을 밤이다.

나를 스쳐 지나갔던 그 사람들이 보고싶다. 누군가가 나를 꼭 안고,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라고 말해 주었으면..

슈게이징 장르의 음악만 아이팟에 가득 채워넣고 있다! 이제 곧 홍대까지의 기나긴 지하철 여정을 떠나야 하기에..

오늘 밤 홍대 앞에서 슬픈 광경을 목격했다. 어떤 여자분이 전화기를 들고 울며 서 있었는데, 끊임없이 '왜 안받아, 왜 안받아..' 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여,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상은의 새 앨범을 크게 들었다. 눈은 언제 내리려나.

버스를 기다리며, 발이 시렵다고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손이 시려웠을 터인데.. 내 손은 주머니 안에 꼭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듭된 음주와 외박은 그만해야지. 오늘은 오랜만에 부모님을 뵈러 간다.

꽃을 받았다. 향이 없다.

냉장고에 귤과 포도가 있다. 무엇을 먹을까? 난 포도를 좋아하지만, 좋아해서 먹기 힘들다.

내 여자친구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확신할 수 있다. 나를 보고싶어 왔다고는 하지만, 늦은 시간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건 너무 일방적이다. 오지 말라고 말해도 못 들은척 웃어버린다. 대응책을 생각해야겠다.

하지만 그것 또한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나는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하는걸까?

동생이 자신의 비밀을 내게 털어놓았다. 마음에 따뜻한 모닥불을 피운 기분이다.

보름달이 열렸다. 서늘한 밤 내음 속에서 나는 심호흡을 했다.

비가 온다. 비오는 날엔 어쩐지 편의점에 가고 싶다.

약간 마른 몸매. 길게 기른 손톱. 어딘가 슬픈 검은 눈동자. .. 나를 할퀴고 갔어.

핸드폰을 분실하였는데, 좌불안석. 목줄 풀린 당나귀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경우와 비슷하달까.

건조기 속 빨래는 언제 끝나려나. 졸려라.

지난 밤 올림픽 대교를 자전거로 건넜다. 맞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밑으로 보이는 한강은 너무 어두웠다. 

정한 갈매나무

200711

한 달 만에 들려본다. 그동안 감기와 싸웠다. 현재 대치상태.

200712

버스를 타고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때, 나는 정말 외롭다. 지난 기억들은 왜 그리도..

너가 나를 흔드는구나. 싫지가 않구나.

200801

자기 비하를 하고 싶은 밤이다.

다른 사람을 보며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천박하다.

우울한 음악을 끊을 수가 없다.

200803

같이 갔던 장소, 같이 보냈던 시간, 같이 들었던 음악과 같이 나눴던 수 많은 대화들. 그 손에서 나던 향기.. 그 목소리. 말투. 웃음소리... 그립다는 표현이 너무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밤.

200804

나는 쾌락에 너무 약하다. 섹스, 술, 그리고 예술. 오늘 김아타 전을 보며 새삼 느꼈다.

생일이다. 오늘은 기분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간절하다.

술 끊은지 일주일 째! 그래, 이렇게 쭉 가는거다!

200805

간만에 고요한 밤, 평온을 찾고 싶었건만 오늘도 나는 흔들린다. 마음 속 잡초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넘어진 채로... 낮은 곳에서 마무리하자.

문제는 나다. 내 마음이고, 내게 진 나다. 책임을 전이하려 하지 말자. 실체를 직시하는 초인을 지향하자. 동중정의 자세.

자기 연민, 애, 혐오, 그런 것들이 뒤섞여 이 밤을 힘들게 한다. 샤워를 하여야 한다. 나는 그래도 또 걷고, 가끔 즐겁고, 그러다 또 걷고. 그렇게 범고래처럼 나아가야 한다. 나는 대서양이다. 나는 심해다. 나는 나를 정의내리지 못하는, 그래서 무한한 나다.

6월이다. 시간은 내게 책임을 강요하고, 나는 박상륭의 신간 소식에 기뻐한다. 올 여름은 꼭 마다가스카르에서 보내야지.

200806

간만에 지하철을 탔는데 마음이 쓸쓸했다.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바이크를 팔고, 텐트와 코펠을 사기로 결심했다.

어떤 사진 공모전에 최초로 입상하였다. 첫 출품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 꿈은 저 멀리서 하늘 하늘 흔들리며 나를 부르고 있다. 안개 속에 있을 수 있어 행복한 젊음이려나?

200807

내일은 내게 매우 의미있는 날이다. 결과에 승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좋은 결과가 있기를 고대하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의연히 대처하자. 너는 이미 훌륭해.

200811

론니 'Iceland' 를 샀다. 이번 겨울엔 오로라를 보러 가야지. 백야도 좋아. 아이슬란드 거쳐 그린란드도 가고 싶어. 렌트를 할까? 귀까지 내려오는 털모자도 쓸거야.

설악산 대청봉엔 폭설 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그 곳에 가고 싶다.

아버지께서 만년필을 주셨다. 사각거리는 그 느낌이 좋아 밤새 글을 쓰고 싶었으나, 나는 비어 있었다.

이가 한개 뿐이셨던, 수술을 끝까지 거부하셨던 할머니를 기억하기.

오늘의 첫눈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눈을 맞으며 달렸던 한강과, 피어났던 내 입김, 돌아오는 길에 봤던 해무리까지. 작년의 첫눈을 잊지 못하듯.

200812

불안하기에 더 믿을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널 그리고, 그리고 널 그리고.

오늘은 내게 역사적인 날이 될 것만 같은 느낌. 인생의 향후 10년 계획이 순식간에 세워졌어. 내가 이때까지 쌓아왔던 지식과 경력과 인맥을 모두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거대한 방향 변경. 그래도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어쩔 수 없잖아! 순조로울거라 생각하진 않아. 사람의 삶이 어떻게 기차의 노선처럼 정해진 방향으로 착착 흘러가겠어? 중요한 사실은, 기차의 목적지를 정했다는거야.

200904

나는 편견 투성이. 사람에 관한 한 더 심하다. 身言書判, 그 중 으뜸은 言이라는 믿음 역시 그 중 하나. 사람을 사랑하자는 나의 대전제는 변함없지만, 말을 마구 배설하는 사람 역시 사랑하려 하니 힘겨울 따름이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수정할까봐. 멍멍!

200907

항상 출국하는 쪽은, 남겨두고 떠나는 쪽은 나였다. 이렇게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될 줄이야. 그리 유쾌하진 않구나.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려야 할까? 대안을 찾진 말아야지.

200909

내게선 너무도 먹물 냄새가 난다.

200910

내 삶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불가항력적인 힘 앞에서 내게 남겨진 선택지가 단 하나라면 나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사치스러운 자유, 난파하는 청춘.

200911

나의 보부아르를 찾고 싶다.

200912

연락을 끊은 것도 나, 그 연락을 마냥 기다리는 것도 나. 끝은 내게 여전히 버겁다.

201001

믿었던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렇게 또 세상을 배운다. 나는 지난 세월 인체를 공부하였고 졸업하였으나, 인간은 여전히 공부 중이다.

201002

가회동의 한옥으로 이사하였다. 마당에 서서 눈 쌓인 기와지붕을 보고 있노라니.. 실로 행복. 삶은 이렇듯 다채롭구나.

 201003

홍해에서의 다이빙을 마치고 룩소르에 왔다. 흘러간 시간의 아스라한 내음이 온 도시에 가득하다.

하지만 나는 사막이 더 좋다. 나처럼 황량하니까.

201004

드디어 남극에 가게 되었다! 천 명의 박수와 한 명의 합격 발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순간.

nostalgia

홀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비례하여, 기억을 반추하는 시간 또한 늘었다.
이병우를 들으며  06 - 07의 미얀마를 추억한다.



삶 속에서 풍화되어 가는 유적.


일출 또는 일몰.

'타나카'라는 천연 피부 보호제를 바른다.



하늘과 물의 경계가 모호했다.


꽃은 행운을 상징.





난 다시 가야만 한다. 일종의 정언명령.

ficciones

남극에 도착한지도 한 달 가까이 되어간다.
시간을 긍정적으로 소비하기 위하여 이 곳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