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uary 17, 2014

월동은 끝나지 않았다

 3년도 더 전에 이곳을 꾸렸다. 도망칠 곳 없던 남극에서 이렇게나마 나만의 조촐한 은신처를 가지고 싶었다. 마음이 빈곤하여 글을 자주 쓰진 못하였으나 월동의 기록으론 부족함이 없었나보다. 가끔 들어와 읽노라면 당시 마음이 지금 마음과 뒤섞여 서늘하다. 글이 여태 살아 날 휘감는 것이다.

 다음 달이면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한다. 자신과 싸우며 시간을 버텨야한다는 사실이 남극과 닮았다. 병원에서의 생활은 4년이라는게 차이라면 차이일까. 자의로 중도 포기하는게 가능하다는 점도.
 
 이젠 지금까지완 다른 이야기가 기록될 것이다. 혈흔과, 좌절과, 굴종을 지나 환희와 오만, 광명을 향해 나아갈 사람의 강퍅한 발자취. 기대하진 마시라. 분명 잔혹하며 지루할 터이니. 자기기만은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