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는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현명하고 긍지에 차 있었던 시선이 아니었다. 그 대신 한결 온화하고, 한결 호기심과 관심을 가진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평범한 부류의 여행자들을 건네 줄 때나 소인들, 상인들, 무사들, 여자들을 건네 줄 때마다, 이런 사람들이 그렇게 생소하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사고와 분별에 의해서가 아니고 오로지 충동과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그들과 견해를 같이 하였으며 그들과 같은 느낌을 가졌다. ..그들의 허영심, 그들의 탐욕, 그들의 유치함이 그렇게 우스꽝스럽지가 않고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고, 사랑하게 되었고, 심지어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 외아들에 대해 우쭐하는 아버지의 어리석고 맹목적인 자만, 젊고 허영심에 가득 찬 여인이 치장을 하고 남자의 눈을 끌려는 분수 없는 맹목적인 노력, 이같은 모든 충동, 이같은 모든 유치함, 이같은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은, 그러면서도 무섭게 강렬하며 힘차게 살아 나가려는 충동과 탐욕도 지금의 싯달타에게는 이미 어린애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인간들이 그것들로 인하여 살아간다는 것을, 그것들로 인하여 무한한 것을 이룩해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 이 인간들의 맹목적인 충실 속에는, 그들의 맹목적인 강인함과 집요함 속에는 사랑스럽고 감탄할 만한 요소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결여된 것이 없었다. 사고하는 지자(智者)가 그들보다 나은 점이란 단 한 가지, 의식하고 있다는 것, 모든 생의 단일성을 의식하여 사유한다는 것뿐, 그밖의 다른 아무것도 없었다. -p154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