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5, 2011

취향과 증오의 신화

 내가 얼마나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가 하면, 누가 자기는 무어가 좋고 무어가 싫다는 등의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으면 그것을 절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이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나는 단 한순간이라도 헬레나가 청결하고 환기가 잘된 레스토랑에서보다 이렇게 답답하고 지저분한 싸구려 식당에서 숨쉬기가 더 편하다고 생각하거나, 좋은 포도주보다 싸구려 술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선언이 내게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벌써 오래전에 유행이 지나긴 했으나 열광적인 혁명의 시절, <평범한 것>, <서민적인 것>, <단순한 것>, <시골 분위기가 나는 것>이면 모두 정신을 잃을 만큼 좋아하고 <세련됨>이나 <우아함> 같은 것은 덮어놓고 경멸했던 그 시절에 한창 꽃피웠던 그런 어떤 의식적인 취향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p258

 어떤 사람들은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을 외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그에 반대하여, 우리는 개별자로서만 개개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타당한 주장을 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며, 사랑에 대한 그 말이 증오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덧붙이고 싶다. 인간은, 균형을 갈구하는 이 피조물은, 자신의 등에 지워진 고통의 무게를 증오의 무게를 통해서 상쇄한다. 그러나 이 증오를 순수히 추상적인 원리들, 불의, 광신, 야만성에 집중시켜 보라! 아니면 당신이 인간의 원리 자체마저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면, 인류 전체를 한번 증오해 보라! 이런 증오는 너무나 초인간적인 것이며,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분노를(인간은 이 분노의 힘이 한정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가라앉히고자 할 때 결국 분노를 한 개인에게만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법이다. -p373

..미루어진 복수는 환상으로, 자신만의 종교로, 신화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그 신화는 날이 갈수록 신화의 원인이 되었던 주요 인물들로부터 점점 더 분리되어 버린다. 그 인물들은 사실상(자동 보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움직인다)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닌데, 복수의 신화 속에서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채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p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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