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19, 2011

마음누더기

세종기지는 압축된 이별의 공간이다.

많던 하계대는 눈과 함께 모두 사라진다.

깊은 정을 나눈다. 고립된 공간, 얼어붙는 경계심, 따뜻한 입김, 농밀한 시간.
한 달 내외의 기간동안 공유하는 질펀한 한국적 정의 향연.
국내의 일상에선 겪지 못할 각종 '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분명하다.

(극소수를 제외한) 그들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 이 곳에서도, 그 곳에서도.

한 집단이 떠난다. 다음 하계대가 온다. 떠나고, 오고, 떠나고.
3달이 지난다. 3번 이상의 결별을 한다. 그 이상의 정을 함께 실어 보낸다.

다시 볼 약속을 하며 모두 안다. 우리는 여기까지. 공유하는 시간도, 추억도 여기까지.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깊은 정을 나눈 사람들과 영원한 이별을 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정을 주지 않으리라 매번 생각하나 쉽지 않다.
이 곳까지 흘러온 사람들은 서로 공명 비슷한 것을 하는지도 모른다.

3월이 온다. 함께 12월도 온다. 기다리지 않지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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