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9, 2013

길들여지면 화석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최정례


고양이가 자라서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미 열매 속에
교태스런 꽃잎과 사나운 가시를 감추었듯이
고양이 속에는 호랑이가 있다
작게 말아 구긴 꽃잎같이 오므린 빨간 혀 속에
현기증 나는 노란 눈알 속에

달빛은 충실하게 수세기를 흘러내렸을 것이고

고양이는 은빛 잠 속에서
이빨을 갈고 발톱을 뜯으며
짐승 속의 피와 야성을
쓰다듬고 쓰다듬었을 것이고

자기 본래의 어두운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처럼
고양이,
눈 속에 살구빛 호랑이 눈알을 굴리고 있다


곽효환 시인의 해석이 독하다.
"..순한 고양이의 노란 눈알에서 시인은 길들여지지 않은 살구빛 호랑이 눈알을 찾아내 묻고 있다. 너의 심연에는 호랑이가 있지 않느냐고. 이는 호랑이도 쓰다듬고 길들이면 고양이가 되는 고양잇과가 아니냐는 질문으로도 들린다. 우리가 그럴 것이다. 나의 깊은 곳에 일렁이는 무엇이 들어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꿈과 야망도 길들여지면 아득한 기억 저편에 화석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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