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10, 2011

the hardest way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왕이었던 인간의 말이다.
 '이슬 속의 또 이슬, 꿈 속의 또 꿈', 다이코였던 인간의 말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손 안 가득 떡을 쥐고도 더 맛있는 것 없을까 두리번거리는 욕망의 응집체였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그 과정 중 하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실현하며 행복을 느낀다 생각했다. 목표이자 꿈이라는 말로 포장하며. 
 질깃한 명욕에 감겨있을 땐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어려웠다. 난 그것을 해야, 그것이 되어야 행복할 수 있어!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뿐이야! 자아 실현이야! 이 말들로 모든 행동이 합리화되었던 시절이었다. 애초 재욕은 없었으나, 명욕이 깡패였다.

 지난 기간 반복된 행위의 업보가 쌓인 결과 지구 끝까지 와서야 '행복'이라는 흔해 빠진, 촌스럽기조차 한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일전 언급하였던 욕망의 정제를 위하여 두 가지 목록을 작성해보았다. 

 첫 째,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말할 수 없는 노력을 전제로) 하고 싶으며 할 수 있는 일. 크게는 학업과 취직으로 갈라졌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유학인지 아닌지, 의학인지 아닌지, 기관인지 아닌지, 병원인지 아닌지. 십여 개 정도로 분류되는 나의 (선택 가능하다 믿는) 미래는 하나같이 화려하고, 진취적이며, 훌륭하다. 예술적이고 철학적이며 정치적으로 올바를 뿐 아니라 (내 기준에서) 유망하기까지 하다. 

 둘 째, 원하는 것. 자작나무 숲, 눈, 책. 사랑과 고양이. 싱거운 저녁식사. 끝.
 이 6가지를 위해서라면 자극적인 취미들도, 여행도, 그리고 육체적 안락함도 포기할 수 있다.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지구의 발전도, 인류의 성취도 관심사가 아니다.

 목록을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실소가 나온다. 내가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분명하게 보인다. 준비하며 딱 6년만 '돈' 번 후 지름길로 가야겠다. 바로 떠나야겠다. 언제나 지름길은 고난의 길. 가장 어려워 돌아가게 만드는 길. 이것은 행복과 속살로 마주 앉은 속물 의사의 고백.

 이래서 결혼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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