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7, 2011

새로운 인간

  새로운 사회의 기능은 새로운 '인간'의 출현을 촉진시키는 일인데, 새로운 '인간'이란 다음에 드는 자질(資質)을 보여주는 성격 구조를 지닌 존재이다.

  (1) 완전하게 '존재'하기 위하여 모든 소유의 형태를 자진하여 포기하려는 의지.
  (2) 안정감, 동일성의 의식, 자신감. 이것들의 기초는 자기의 '존재'요, 밀접한 관계, 관심, 사랑, 주변 세계와의 연대에 대한 요구이며, 세계를 소유하고, 지배하고, 나아가서는 자기의 소유물의 노예가 되려는 욕구는 아니다.
  (3) 자기 이외의 어떠한 인간이나 사물도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함께 철저한 독립성과 사물에 집착하지 않는 일이 동정과 나누어 갖는 일에 전력하는 가장 완전한 능동성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용인함.
  (4) 자기가 지금 있는 곳에 완전히 존재함.
  (5) 저축과 착취하는 데서가 아니라 주고 나누어 갖는 데서 오는 기쁨.
  (6) 생명의 모든 현상에 대한 사랑과 존경. 그것은 물건과 권력과 모든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그 성장에 관련된 모든 것이 신성(神聖)하다는 지식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7) 탐욕, 미움, 환상을 가능한 한 줄이도록 애씀.
  (8) 우상을 숭배하지 않고 환상을 품지 않으며 생활함. 그것은 이미 환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9) 사랑의 능력을 비판적이고 냉철한 사고능력과 함께 발달시킴.
  (10) 자기도취(나르시시즘)를 버리고 인간생존에 내재하는 비극적 한계를 용인함.
  (11) 자기와 동포의 완전한 성장을 삶의 지고(至高)의 목적으로 삼음.
  (12) 이러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양과 현실의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앎.
  (13) 또한 어떠한 성장도 그것이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앎. 그러나 또 생명의 속성으로서의 구조와 비(非)생명(no-life), 즉 죽은 자의 속성으로서의 '질서'의 차이도 앎.
  (14) 상상력을 개발함. 그것도 견딜 수 없는 환경으로부터의 도피로서가 아니라 현실적 가능성의 예측으로서, 견딜 수 없는 환경을 제거하는 수단으로서.
  (15)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음. 그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속지도 않음. 천진하다고는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단순하다고는 말할 수 없음.
  (16) 자기 자신을 알고 있음. 자신이 알고 있는 자기뿐만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자기까지도―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막연한 지식 밖에 가질 수 없을지 모르지만.
  (17) 자신이 모든 생명체와 하나임을 인식함. 그리하여 자연을 정복하고, 지배하고, 착취하고, 약탈하고, 파괴한다는 목표를 포기하고 오히려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협력하도록 애씀.
  (18) 방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가능성으로서의 자유. 탐욕스러운 욕망의 덩어리가 아니라 언제나 성장이냐 쇠퇴냐, 삶이냐 죽음이냐의 양자택일에 직면하는, 미묘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구조로서의 자유.
  (19) 사악함과 파괴성은 성장에 실패함으로써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임을 앎.
  (20) 이 모든 자질의 완성에 도달한 사람들은 단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꼭 '목표에 도달하겠다는' 야심은 없음. 그와 같은 야심도 탐욕과 소유의 형태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21)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운명에 맡기고 항상 성장하는 삶의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냄. 그 이유는 가능한 한 완전하게 산다는 것은 자기가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만족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p227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