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12, 2013

오다

이런 밤에만 여기에 오는 건 문제가 있다.

이성복은 신작 제목인 '래여애반다라'의 뜻이 "이곳에 와서(來), 같아지려 하다가(如), 슬픔을 보고(哀), 맞서 대들다가(反), 많은 일을 겪고(多), 비단처럼 펼쳐지고야 마는 것(羅)"이라고 했다. 난 그동안 모았던 모든 시집과 바꾸겠다는 각오로 이 시집을 -

래 > 여 > 애 .. > 라 가 순차적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더라. 래는 애였고, 여는 즉 반이었으며, 라는 다이고 래이며 반이었으니 즉 애더라. 누구보다도 시인이 그걸 더 잘 알더라. 나만 몰랐고 모르더라.

- 읽던 도중 이성복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그 여름 아닌 겨울의 끝을 선물로 받았다. 난 잘 몰랐던 척 놀랐다. (난 늘 모르는 척 놀란다. 역시 문제가 있다. 겸양을 가장한 은폐, 뿌리 깊은 자기방어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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