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트벵에 의하면, 오늘의 모든 정치가들이 어느 정도는 다 춤꾼들이요, 모든 춤꾼들이 또 정치에 관여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을 서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춤꾼이 여느 정치가와 다른 것은 그가 권력이 아니라 명예를 갈구한다는 점이다. 그는 이 세상에 이런 저런 사회조직을 부과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그는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자신의 자아를 빛내기 위해 무대를 차지하고자 한다.
무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을 무대에서 몰아내야 한다. 이는 특별한 전투 기술을 전제로 한다. 춤꾼이 행하는 전투, 퐁트벵은 그것을 <도덕씨름>이라고 부른다. 춤꾼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누가 그보다 도덕적이라고(좀더 용기있고, 좀더 정직하고, 좀더 성실하고, 좀더 희생적이고, 좀더 진실하다고) 자처할 수 있는가? 그는 상대를 자기보다 도덕적으로 열등한 상황에 처하게 할 갖은 기술을 다 쓴다. -p25
벵상이 퐁트벵에게 이의를 제기한다. 「당신이 베르크를 혐오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바이고 우리도 당신 생각에 동의하고 있어요. 하지만, 비록 그가 멍청이라곤 해도, 그는 우리 역시 정당하다고 여기는 주장들을 내세웁니다. 아니면, 그의 허영심이 그런 주장들을 내세운다고 해도 좋겠죠. 그래서 묻습니다. 만약 당신이 어떤 대중적 갈등에 개입하여, 어떤 가혹한 처사에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박해받는 사람을 돕고자 한다면, 당신이라고 어찌, 이 시대에, 춤꾼이 아닐 수 있거나 혹은 춤꾼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에 대해 신비의 인물 퐁트벵은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춤꾼들을 공격하려 한 줄로 생각한다면 그건 틀린 생각이야. 나는 그들을 옹호한다네. 춤꾼들에게 혐오를 느끼고 그들을 비방하려 드는 자는 언제나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에 직면할 걸세. 그들의 정직성 말이네. 끊임없이 스스로를 대중에게 전시하는 까닭에, 어쩔 수 없이 춤꾼은 비난할 수 없는 자가 되어야 한다네. 그는 파우스트처럼 악마와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천사와 계약을 맺은 거야. 그는 자신의 생을 한 편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고자 하며 그 작업을 천사가 돕는다네. 왜냐하면, 잊지 말게, 춤은 예술이기 때문이야! 자신의 생을 한 편의 예술 작품의 소재로 보려는 그 강박 관념 속에 춤꾼의 참 본질이 있어. 그는 도덕을 설교하는 게 아니라, 도덕을 춤춘다네! 그는 제 삶의 아름다움으로 이 세계를 감격시키고 눈부시게 하려는 거라네! 그는 마치 조각가가 자신이 조각중인 조각상을 사랑하듯 제 삶을 사랑한다네」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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